제주 라이프2012.12.28 22:26

자연에 문화를 덧댄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에 와서 아쉬운 것중 하나는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자연을 감상하는 것 외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너무 많은 전시와 공연이 있어 미처 다 챙겨 가보지도 못하면서, 제주에 와서는 뭐 재미있는 공연들이 없을까를 찾아보게 된다. 그러던 중 지인이 추천해준 곳이 현대미술관이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기획전도 드물게 열리지만 가장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문화 예술인들이 모인 경기 파주의 헤이리처럼 제주에는 저지리 예술인 마을이 있다. 제주 지자체가 만든 예술인 마을이다. 서예가 조수호, 서양화가 박광진 등을 비롯해 박서보(서양화), 김경수(시사 만화) 등 20명의 예술가가 개성을 살린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작업실 겸 주거 공간으로 말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공간을 볼 수 없지만 독특한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동네 산책하는 기분으로 어슬렁어슬렁 말이다. 


저지 예술인 마을 중심에 제주현대미술관이 있다. 2007년에 문을 열었는데 외관이 독특하다. 현무암이 건물 외관을 감싸고 있고, 외벽에 파란 이끼가 돋아나있다.  


주차장에서 미술관으로 걸어가는 길가 양옆으로는 조각 설치 작품이 군데군데 있다. 그리고 데크로 된 길바닥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져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그래피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이 미술관 가는길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듯하다. 마치 어서 오라고 인사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다.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한태상 작가의 문자 추상전과 양상철 작가의 필묵변주전을 하고 있었다. 한태상 작가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작품을 그렸는데, 한국적인 미를 한껏 살렸다.  글을 소재로한 그림, 혹은 자음과 모음만으로 직조를 짜듯 캔버스에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낙서한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정교한 그림과 함께 있는 글자는 마치 알지못했던 상형문자같은 신비한 느낌도 들었다. 







양상철 작가의 필묵변주전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획이 힘차고 곧게 뻗어 있는데, 날카롭기보다는 온화한 느낌이 난다. 화려하기보다는 중후하고 담박하다는 느낌. 비록 한자라 문자 뜻인지는 몰랐지만...^^





2개 전시는 기획전이고 1관에서는 개관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상설전이 열리고 있다. 20여점을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김흥수 작가의 전시다. 김흥수 화백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데 800호 크기의 작품들을 그린다. 잉태, 사색하는 여인, 사랑을 온 세상 등 사랑스러운 여인들이 그 속에 있다. 20여점 작품이 70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김흥수 화백이 43세 연하의 제자와 결혼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1관과 2관을 지나 야외 정원으로 나가는 복도에도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았다. 통유리창 밖으로는 테이블 아래 석고로 만든 조각품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볕 좋을 때는 그곳에 앉아 차를 마셔도 참 좋을 것 같다. 







제주에 있는 갤러리답게 전시실만큼 잘 꾸며진 정원.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없었지만, 설치 작품들이 귀여웠다. 색색이 옷을 입은 동물에는 얼굴대신 꽃이 자리하고 있었다. 흰색, 빨간색 등 장미꽃이 있어 마치 동물에게 꽃을 선물받는 느낌이랄까. 군데군데서 하늘을 향해 꽃을 바치는 공룡, 표범 등이 너무 귀여웠다. 








정원의 안쪽에는 아트샵&커피숍이 있다.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곳에는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작가들의 도록과 엽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은 저지리 예술인 마을에 사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아침 시간이면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고. 








미술관의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여유있게 봐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미술관만 보고 가기가 아쉽다면 근처에 볼거리가 몇군데가 더 있으니 두루두루 살펴도 괜찮을 것 같다. 


예술인마을 입구에 있는 <방림원>은 야생화 전시관인데 20년 동안 야생화를 연구해온 관장님이 3000여종의 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저지리 인근에 있는 저지오름도 제주의 오름 중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제주 전통가옥인 샛집을 엮는 새(억새)를 이곳에서 많이 거뒀다고 해서 '새오름'이란 이름도 함께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울창한 숲길이 유명한데 2007년에 생명의 숲이라는 기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 곳이니, 둘러봐도 좋을 듯싶다. 


info.

제주현대 미술관

주소_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8

입장료_1000원

홈페이지_http://www.jejumuseum.go.kr

문의_064-710-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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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금채 민금채